안녕하십니까.

  가능하다면 이 감상은 작가님께 직접 전달하려고 했으나, 어떤 소통 경로도 적혀있지 않아서 가입을 하고 여기에 글을 남깁니다. 이 지면을 빌어 주제 넘게 평을 해볼 작품은 나범 작가님의 『리베로(Libero)』입니다.


장르소설 계의 새로운 도전

   지금까지의 장르소설은 서양형 판타지와 동양형 판타지, 그리고 근미래형 판타지, 과거 개조형 판타지로 시대 구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Fantasy(순수/퓨전/현대), 무협, 게임 판타지, 대체 역사 소설 분야에서 많은 책들이 출간되어 왔습니다. 이외에도 물론 추리나 로맨스, SF 소설 등이 나왔지만 아무래도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 소설이라면 당연히 환상 계열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하향세가 너무나도 분명한 대여 시장의 활황기와도 관련이 있겠지요.

  그런 장르소설에서 그간 보아오지 못했던 것이 바로 스포츠 장르입니다. 만화에서야 스포츠 장르가 있어서 야구, 골프, 축구, 농구, 테니스 등등의 종목들이 다루어졌지만 소설로 다루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오직 글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막대한 자료 조사와 작 중 선수들의 개개인의 특성 구현, 묘사의 정도, 주제 표현도 등 신경 쓸 것이 수백 가지에 이를 정도인데, 이 정도면 거의 밀리터리 소설 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본인도 작가 지망생으로 언젠가 야구를 소재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구상조차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실력의 문제도 포함해서 걸리는 게 많더군요).

  종합하면 이 작품의 의의는 (적어도) 한국형 장르 소설에서의 전인미답의 영역을 개척한 작품이다, 장르소설의 새로운 전기를 만든 도전 정신의 결정체다, 작가의 행동력이 만들어낸 출발 신호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에 대한 호기심 유발과 개인의 성장, 주위의 시선의 변화가 주축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스포츠 물의 주요 진행 방법인 성장 이야기와 주위의 시선 변화 과정을 다루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독자의 주인공에 대한 호기심을 어떻게 오래도록 유지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부득물 만화를 통해서 예를 들도록 하겠습니다. 『MAJOR』처럼 어린 시절부터 다룰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SLAMDUNK』를 참조해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거나, 도중부터 그릴 거면 『크게 휘두르며』와 같은 방식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리베로』는 Fantastic Soccer를 약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김동현의 돌발적인 플레이를 자주 그리고 있습니다. 시야와 개인기의 측면에서 그렇게 보이는데요. 이런 점이라면 이미지 트레이닝 용도로 『에어리어의 기사』를 보시고 이것을 글로 옮긴다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만화를 언급한 것은 주인공의 과거사는 물론이고 개인의 성장, 팀의 구성원 간 호흡과 그로 인한 발전 등을 어떠한 갈등과 시련, 역경을 통해서 이루어가느냐 하는 것이 그나마 잘 표현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작품은 판타지 성의 설명으로 온라인 게임을 가져다가 장치로 쓰는 바람에 성장은 거의 5계단 이상을 뛰는 것과 같고, 제대로 된 경기 묘사도 안 되는 판입니다. 패스 몇 번에 돌파와 슛으로 이루어진 설명이 끝입니다. 호크아이라고 명명한 시야의 활용과 패스 가이드 라인은 게임을 장치로 사용하지 않아도 일반 지문을 통해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이 능력을 통해서 어떤 경기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선수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게 소설의 진행을 위한 글쓴이의 관심사가 되어야 합니다.

  김동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처음부터 모두 풀려버렸고, 계속되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활용도와 호크아이의 잘못된 불법적인 사용 묘사로 현실성이 결여되어 괴리가 생긴 것이 문제입니다. 작금에 와서 고치려면 리메이크밖에 없겠으나, 이미 출판한 것을 전면 수정하기에는 힘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번 작품이 끝난 다음에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해보십사 요청하는 바입니다.

보도 내용이나 SNS, 중계의 사용을 좀 더 유용하게

  누구나 생각할 수는 있다는 관점에서 저의 구상 중 하나가 바로 기사, 중계, 서신 등의 수단을 잘 활용하여 소설(특히 스포츠)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직접 활용한 소설이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대 판티지에서 주인공 띄우기 기 식으로만 사용되었던 바,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기사, 뉴스, SNS, 중계를 곳곳에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스포츠를 다루는 소설이라서 그 쓰임새가 더욱 부각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냥 일반적인 지문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과 별다를 것 없는 효과만을 거두고 끝나버려, 기대감 어린 시도에 비해 좋은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법. 장르는 완전히 다르지만, 모리스 르블랑 작가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 초기작의 기사나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 시리즈 초반에 보이는 전보를 통해서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틈틈히 연구해보시는 것도 실력 향상의 측면에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결론

  이 작품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새로운 소설 장르의 개척점에 서 있고,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미디어 속에 녹여낼 수 있다는 점, 부족하다면 부족할 수 있는(스포츠 신문 지상을 빼놓고는 만화조차 현재의 우리나라는 스포츠 소재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스포츠 장르에 대한 담론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 마련 등, 긍정적인 기능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품인 만큼, 어느 부분에서건 첫발을 내딛는 사람이 그러하듯 뜻하지 않게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 나범 작가님께 제가 힘은 못드릴 망정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왕 소설 쓰신 것, 본인 스스로 재미있고 잘 쓴 글이라고 생각이 들만한 글을 발표해서 반응을 얻으면 기쁨이 배가 되지 않을까요. 가능하다면 조금씩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면서 체득하신 것을 녹여내는 방향도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