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글의 내용은 뒷표지 문구만 봐도 왠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어떤 식으로 내용이 전개될지...
그러나 그것은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얼만큼 예상이 가능하냐의 차이가 조금씩 있을 뿐일까.
내용예상은 항상 이미 어느 정도 전제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내용보단, 각 케릭터들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 스토리의 뼈대를 진행함에 있어 그 과정들을 얼마나 맛깔나게 묘사하느냐 정도일 것이다.
이 글은 케릭터를 잘 살렸음은 물론, 스토리 진행 또한 재밌게 잘 되있다.
송인과 만담(?)을 하며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요는 물론, 숙수와 총관 또한 남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역시 최고는 송인이었다.
전체적으로 골고루 등장하였음에도, 내 기억에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것은 송인이다. 원래 주인공 자체가 항상 가장 강하게 기억되긴 하지만, 송인은 그 정도가 더욱 강하다.
냉정할 땐 정말 냉정해보이면서도 착한 모습도 어느 정도 보여주는 송인!
과감하게, 혹은 무식하게 행동하는듯 보이지만 그 행동 속에 숨어있는 치밀한 계산!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송인의 행동거지를 보자면 걱정이 절로 되지만, 모두 어느 정도 계산을 하고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나니 그 걱정이 조금 덜해졌다. 강함은 이미 어느 정도 뒷받침 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계속 지켜볼 수 있었고 말이다.
또한, 착한 면도 있지만, 말그대로 '착한 면이 어느 정도 있는 것뿐'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일에 휘둘리지 않아서도 좋다. 강하기도 하고 머리가 좋기도 하여 하고 싶은대로, 이루고 싶은대로 이루어 나가면서도, 곧잘 흔들리는 주인공들을 보며 답답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다행히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

 

스토리와는 별개로 송인의 대사에서 느끼는 점도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그 생각이 지닌 문제점을 깨닫게 해준다. 상대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을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어갔기 때문에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들 말이다.
송인과 소요의 대화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상대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었다. 서로 상대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괜히 별거 아닌거 가지고 혼자 거창하게 생각하느냐 라는 물음이 나올 법하지만, 그렇지 않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작가 자신과 전혀 별개의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 녹아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화부분을 유심히 살펴보면 작가분의 철학이 들어있는 대사를 몇몇 발견할 수 있을 때가 있다. 각 글마다 어느 정도 편차는 있지만, 이 글은 그런 대사가 꽤 있는 듯 하다.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에 더하여 생각의 크기 또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지만, 송인의 내공 수련기간은 무려 이천년이다. 이 정도 내공이면 세밀히 운용할 필요 없이 그냥 닥치는대로 퍼부어도 웬만하면 다 이길 거 같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송인은 이천년 전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발달한 것들을 익히지 못했지만, 서서히 익혀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운용능력을 키워가며 조금씩 더 강해지기도 할 테고.
지금도 무척이나 강하지만! 조금씩 더 강해질 송인!
과감하며 또한 치밀한 그의 무림행을 떠올리며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