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시간도약(time leap)'.

주인공 송인은 2천 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같은 공간이지만 자신이 알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직면합니다.

진보된 문물과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 텐데도,

송인은 전혀 그런 기색 없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어, 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곤 합니다.


책을 읽으며, '그를 당당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습니다.

처음엔 그의 강한 힘, 즉 무공이 바로 그의 강인함의 원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실타래가 점점 풀려나가면서, 그의 강인함 뒷면에는 슬픔과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년기부터 거친 삶을 살면서 이별, 고통, 죽음, 배신, 가난을 수없이 겪으며 올바른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강해져야만 했습니다.


글 속의 송인은 너무나 강합니다.

송인이라는 이름의 검(劍)은 시간의 흐름 속에 날카로움이 약간 무뎌졌으나,

본래 매우 강한 검이었을 뿐더러 다시금 날을 갈면서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자칫 글의 현실감과 개연성을 파괴하는 정도의 강함이라고 보일 수 있으나, 곳곳에서 드러나는 송인의 과거를 통해 그의 강함의 이유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고통과 슬픔을 거치며 쌓아올린 힘이라는 것을.


또한 송인은 매우 이기적이며 냉정한 인물입니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자신의 이익을 먼저 따지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의 본질은 결국 전쟁을 통한 생존본능과 수많은 배신을 겪으며 그에 저항하기 위한 송인의 몸부림이었습니다.

동시에 더이상 상처입기 싫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그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행동이기도 합니다.


전작들과는 달리 글의 무거움이 겉에 드러나지 않고 내면에 숨어 있기에, 독자들은 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읽어버릴 수 있습니다.

작품 <천년무제>는 '가벼운 글'이라는 가면을 쓴 무겁고 진중한 글입니다.

작가가 송인의 과거를 숨김으로써

마치 송인이 힘만 무식하게 강한, 치사하고 이기적인 인물로 보이는 것이지요.


그러나 또한 송인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요를 비롯해 다른 인물들의 아픔을 공유하게 되면서, 비슷한 아픔을 겪었음에도
송인 자신과 달리 밝고 쾌활하게 행동하는 그들의 행동에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조금씩 동화됩니다.
점점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벗어나,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이 일견 악을 물리치는 송인의 모습을 그려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진정한 주제는 송인이라는 인물이 변화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작 낙향무사와는 또다른 즐거움과 기다림을 자아내게 합니다.

무림집단 간의 쟁투 사이에서 독보하는 송인.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누군가와 헤어지고 누군가와 만날지,  어떻게 변화해갈지...

그런 것들을 상상하면 다음 권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더욱 건필하시는 모습 보여주시길 바라며, 감상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