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검문 삼대에 걸친 이백구십 년 만에야 완성된 천검문의 절기들을 사나이는 검의 궤적은 커녕 발검조차 살필 수 없는

엄청난 쾌검들로  벽면에 음각되어 있는 구결들을 다 깨끗하게 깍아버렸다.  그러나 999자에 해당하는 천장만큼은

남겨두었다. 사문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천도진결(天道眞訣)이었다.  이 사나이가 여덟 살 부터 입에 달고 산 이 천도진결은

구백구십 구 자 안에 무극과 무위지도와 무상지도와 자연지도 마저 포함하고 있었다. 이 진결을 통해 조사님은 천극귀원신공과 천검육식을 창안하셨고

이대문주님은 천공신행비, 천검군림보를 , 사부님께서는 대천검공이라는 검도를 창안하셨으니 이 천도진결이 얼마나 대단한 구결인지는

천검문의 4대인 능하운이 마저 밝혀내야 할 오로지 그의 몫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세상에 대한 미련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살펴볼 요량인 그는 미련없이 석굴을 나선다.

드디어 15년만의 귀환인것이다.

대대로 백하촌의 촌장을 지내던 능가장의 후예  능하운은 여섯살의 나이에 부모와 식솔들을 모두 다 잃었고 누이 동생은 실종되었으며

그는 이제 16년이 지나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이제는 모두를 가슴속에 묻어 둘 수 밖에 없었다. 모든것이 길림성을 무대로 마적질을 일삼던 흑풍단의 소행이었다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할아버지 친구분 댁에 다니러 갔다오는 사이에 흑풍단이 마을을 습격해서 가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마을을

불태워버린것이었다.

코흘리개 꼬마가 지옥과도 같았던 십수 년간의 수련을 감내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것이다. 복수.

 

여기까지의 이야기만으로도 천검 독보행은 천검문의 앞으로의 행보와 복수를 하기 원하는 주인공 능하운의 복수행로로

이미 줄거리는 확답을 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것은 더 큰 그림의 조각에 불과할 뿐 이것이 천검 독보행의 전체 줄거리라고 하기에는

천검 독보행의 스케일이 너무나 크다.

이건 마치 커다란 만피스의 퍼즐중 300 퍼즐쯤을 맞춘뒤에 이 그림을 알겠노라고 하는 것과 같다.

나는 1권과 2권을 읽으면서 능하운의 복수과정과 동생을 찾는 여정이 어디까지 일지 궁금했었다.

능하운이 여동생을 찾아서 모스크바 대공국까지 여행을 하는 것을 보며 이 판은 도대체 어디까지 커지는 것을까

그 스케일의 장대함에 점점 기가 질려갔다. 찾아간 곳에서 여동생을 못찾고 더 멀리 가는건 아닐까 하는 두근거림이 있고나서

이미 2권에서 여동생과 16년만에 재회를 하고 흑룡단쯤이야 괴멸을 하고  발단에서 줄거리의 전부일거라고 생각했던 복수행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끝나버린다. 그리고 16년전에 집안이 참화 후 자신을 도와줬던 백가장의몰락과 영애 옥상의 실종은 그에게 두번째 복수행을

하도록  안배되어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전제 서사중의 발단의 역할일뿐 이 발단으로 인하여 엮여있는 천하의 정세가 능하운 앞으로

몰려들것이기 떄문이다.

천쟁지겁에서 살아남은 무신들 같은 존재들이 아직 건재하고 있고, 이제는 무산 대혈전, 장차 제 2차 천쟁지겁이라고 불릴 전투의 판도

다 짜여져 있다. 그 판 가운데 능하운이 뛰어들기만 하면 잠시 매어져 힘을 모으던 모든 세력의  모든 시간들이 다시 가는 것이다.

모든 판이 그리 움직이도록  능하운은 복수를 위해 천도진결을 매일 암송했고 무를 연마했으며 16년만에 강호로 돌아왔고

 천검이 독보 하도록 보필하게 될 무제 백우송이 모스크바에서 돌아오는 능하운과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천목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신비세력의 군림천하를 위한 묘계도 시작이 되어버렸다.

능하운이 짊어지고 있는 두가문의 혈채와, 천건문의 사대 장문인으로서의 운명은  어쩌면 이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이렇게 어쩌면 미비한 한 구석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천검독보행은 사나이들만의 호쾌하고 장중한 무언가가 있다. 그 장중한 무언가는 너무나 거대한 용량이어서

내가 1,2권만으로 단순한 밑그림을 그리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저 스토리에 빠져서 다음권은, 다음권은어떻게 될건데 이렇게 커지지 하고 하고 기대만 할뿐

무엇이라고 이 큰 이야기를 재단해서  이 플롯과 이 플롯이 이렇게 연결되서 이런 서사가 되는건가 하다가

그만 그런 어려운건 다 잊고 그냥 즐기며 읽기로 하였다.  작가가 연결해서 이 지도를 완성할 수 있으니 점점

장대해지는 것이겠지 하고 즐기기로 한것이다. 다만 읽으면서 내내  나는 천하정세를 두고 두는 한판의 장기 연상하고 있었다.

나는 장기를 잘 두지는 못한다. 그러나 천검독보행의 장기들은

포는 포대로 차는 차대로 자신만의 전쟁을 한다. 졸은 졸대로 진격을 한다.

장이 살아있는한 이 전쟁은 끝이 나지 않는것이다.

16년전의 복수라는 졸은 졸대로 잡혔고

백화장의 영애는 어디서 차 역할을 하고 있다. 용담호혈로 변한 중경의 천화 우문설리는 이 판의 포일 것이다.

천검문이 진정으로 독보하는 날 능하운은 말할 것이다. 장받으시오.라고.

단순히 1.2권만으로는 이 천하 정세를 조망할 눈이 나에게 없는 것이 아쉬운 맘에 책을 붙잡고 일고 또 읽었지만

독자인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작가의 거대한 판이 휘몰아쳐서 빨리 3권, 4권 진격하도록 응원하는 것뿐이니

부족한 첨언을 그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