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 쪽에서 무협이라는 특정한 범위 안에서도 여러 타입의 글이 있다. 10명의 작가가 있으면 10개의 타입이 있다, 라고 말하기는 힘들어도 5~6가지 이상의 타입이 있다. 그러다 보면 한 소설을 보면서 그 소설이 자신의 취향과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 때 취향에 맞지 않는 소설을 볼 때 나는 ‘나랑 코드가 맞지 않다’라고 표현한다. 정말 아쉽게도 이번 천검독보행은 나와 별로 코드가 맞지 않는 작품이었다. 내가 이 작품이 나와 코드가 맞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 이유들을 지금부터 말하겠다.

 

 

 먼저 주인공이 한없이 강한, 이른바 먼치킨이라는 점이다. 물론 본인이 먼치킨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도가 있다. 어느 정도 강하고 그러면서 주위의 동료 캐릭터들과 함께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이 적절하다. 주인공 혼자 너무 강해서 적과 싸울 때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짐이 되는 수준이 되면 그것은 작가가 통제에 실패한 먼치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천검독보행은 어떨까? 중원무림에서 주인공의 적수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미 전대의 천하제일고수가 절치부심해서 폐관수련을 하고 나와야 간신히 주인공과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주인공은 자신과 함께 보조를 맞춰 성장해갈 동료라는 존재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한 주인공과 그와 비슷한, 혹은 약간 부족한 수준의 동료가 함께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고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것이 이러한 장르문학을 읽는 낙인 나로서는 이 점이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둘째 다채롭게, 아니 다중인격자스럽게 변화하는 주인공의 성격이다. 작중에서 주인공 자신이 ‘본래의 나로 돌아간다’라고 번번이 표현할 정도로 가족과 있을 때의 주인공과 남과 있을 때의 주인공은 너무나 다르다. 솔직히 이쯤 오면 정신병 수준이라고 해도 좋다. 자꾸 변화하는 주인공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주인공이 아까 나왔던 그 사람이 맞는지 혼란이 온다. 나름대로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주인공을 표현하고자 한 듯 하지만 이렇게 다중인격자 같이 묘사한 것은 상당히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복수다. 부모의 복수라는 키워드가 있고 그 적이 단신으로 상대하기 힘든(일반적으로) 대문파라면 거기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표현하기에 따라서 그 복수만으로 3~4권은 무리 없이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간단히 끝냈다. 너무나 쓰기 매력적인 소재를 단지 주인공의 무력측정기라는 용도로 쓰고 버린 것이다. 1권이 채 되지 않는 단지 하루도 걸리지 않는 전투만으로 부모의 복수를 끝낸 것은 정말 아쉬웠다. 그 뒤에 더 써야 하는 사문의 사명 같은 것 때문에 복수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 힘든 것은 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쓰기 좋고 박진감 넘치게 쓸 수 있는 소재를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 점이 나와 코드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 마지막 이유다.

 

 물론 이 점들이 완전히 마이너스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첫째와 마지막 이유는 글이 호쾌하고 경쾌하다고 느낄 수 있고, 두 번째 이유는 주인공이 단순하지 않고 입체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어떻게 바꾸는게 더 좋지 않냐고 말하기는 힘들다. 지금 이 자체로 좋다고 말할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기에 오히려 작가님은 지금의 느낌을 더 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어쨌든 내가 평가를 하자면 4점 정도이다. 위에서도 누차 말했다시피 나의 취향에는 맞지 않는 소설이고, 이 평가는 나의 주관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