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검신 감상문






 제가 김태현 작가님을 알게 된 시기는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문피아에서 질풍무적행을 연재할 당시에 김태현 작가님을 알게 되었으며, 문피아에서 연재가 인기를 얻는 것과 동시에 작가분은 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작들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주위에 구할 만한 장소가 없었던 관계로 제가 알고 있는 김태현 작가님의 작품은 질풍무적행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제가 이벤트 관련 작품들 중에서 뒷소개글을 보고 볼 책을 고르고 있던 당시에 다른 작가분들이 있는데도 김태현 작가분의 작품을 고르게 된 것은 작가분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니라 김태현 작가분 특유의 향이 기억에 났기 때문입니다.


 말로 표현하자면 우습기 짝이 없는 말일 테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김태현 작가분의 특유의 향이라는 것은, 아마 제가 기억하기로는 캐릭터들에게 특유의 색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작가분들의 캐릭터가 색이 없고 딱딱하다는 것은 아니나, 김태현 작가님 같은 경우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으면 그 배경에 캐릭터들로 하여금  색칠을 하게 하는 타입이었습니다. 물론 질풍무적행 한 작품만으로는 작가분에 대해서 섣부르게 언급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화산검신을 읽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화산검신을 보고 든 기분은 화산검신은 잘 쓴 작품이 아니라 화산검신은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분께서 글에 무엇을 담고자 하였는지 그것이 잘 보였습니다. 이건 한 마디로 독자와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는 것이죠. 제가 꼽는,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픈 말이 잘 전달되어야 한다는 건데 이 작품은 2권까지만 나온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그 점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A single day is enough to make us a little larger - Paul Klee

(우리를 조금 크게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면 충분하다)


 뜬금없지만, 스위스의 화가 파울 클러가 한 말로써, 풀이하자면 사람은 단 하루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고, 그러니 매일 같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화산검신은 시간의 흐름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입니다. 제가 그래서 잘 쓴 작품이 아니라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이 작품을 표현하는데 이 이상 좋은 표현은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없더군요.



 연과는 어린 소년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 대신에 사부와 함께 살았으니, 사부가 곧 연과에게는 부모나 다름이 없죠. 어린 소년이지만 연과는 아픔 때문에 투정이나 애교 등 그 나이 또래에 아이들이 하는 것들을 알지 못하고 자랍니다. 또한 연과는 스승이 돌아가신 뒤에도 스승을 잊지 못하고 스승의 유지를 언제까지나 받듭니다. 그건 스승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잇는 아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죠. 그렇게 굳은 결심으로 스승의 유지를 잇지만, 그 유지를 이어가는 데에는 스승마저 쉬이 극복하지 못한 난관과 시련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과는 그 시련을 오히려 조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정말 애늙은이가 따로 없는 아이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는 분명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연과가 시련과 난관을 달게 받는 건 문제가 되지 못합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아이답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애늙은이면 무엇 합니까? 투정조차 부리지 못한 아이이고, 어미의 애정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입니다. 대사형의 자질이 있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결국 어리고 약한 아이인 게 연과입니다.


 사람은 나이에 맞는 행동과 나이에 맞는 행복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지 못한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해서 정말로 행복한 걸까요? 저만의 아집이고 편협한 생각이겠지만, 사람은 나이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있고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과는 사부의 유지에 따르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행복이었겠지만, 저에게는 너무 세상을 일찍 알아버린 불쌍한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결국 그런 모순이 수많은 인연을 만들어 내고 화산파를 하루하루 다르게 변화시켜 갑니다.



 아이답지 않은 모습은 많은 인연을 만들어갑니다. 사람을 즐겁게 하나, 또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임예령과 만났고, 자신이 가진 것만을 바라보던 공손조량이 변했습니다. 쉴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던 진가위는 든든한 버팀목을 찾게 됩니다. 모든 변화는 연과에게서 일어났고, 그 변화의 바람은 점점 커져갑니다. 하지만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변하고, 두 사람이 변합니다. 그렇게 한 두 사람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세월이 서서히 흘러갑니다. 화산파의 매화가 여러 번 피고 지고 사람은 성장합니다.


 그리고 연과가 불러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결국 종래에는 화산파를 지키게 됩니다. 화산파가 변한 게 아니라 화산파의 사람들이 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스위스의 화가 파울 클러가 한 말이 생각났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변화하던 사람들과 더디지만 조금씩 진보하고 있던 연과와 그 주변 덕분에 암울할지 모르던 화산파의 미래가 바뀐 것이죠. 단순히 다른 무협소설들에게서 보이는 구파일방의 흔한 한 문파로서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간다는 문파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죠.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각각의 화려한 색이 되어서 무색이던 화산파를 화려하게 색칠한 것 같았습니다. 작가 분께서 그려내고자 했던 화산파를 잘 알 수가 있었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화산검신이 시간의 흐름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인 만큼 세세한 표현과 스토리 전개가 필요 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 세세한 표현과 스토리 전개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지루한 전개라고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적당히 강약 조절을 하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런 단점도 보완 할 수 있을 만큼 장점이 많고 그 장점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어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저와 같지 않듯, 다른 분들은 지겹다고 느낄 소지가 없지 않아 있는 작품이 화산검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화산검신은 소년과 소녀가 성장하고, 다 큰 어른에게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사람이 살아가고 하루하루 그 짧은 나날들이 이어져 수많은 나날이 됨으로써 결국에는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문파의 이야기를 보여준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