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넘기기에는 치명적인 당신, 오타!>


 동생과는 달리 나는 책을 비교적 꼼꼼히 보는 편이다. 때문에 오타에 대해서도 민감한 편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물론 책 한 권을 내는 데에 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생각해보면 책 한 권에 오타가 2개 정도 있는 것은 있을 법하다. 하지만 내가 소제목에 ‘치명적’이라고 붙인 까닭은 다른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사슴’이라는 단어를 쓰려다가 ‘사숨’이라고 쓴 것은 괜찮지만 적룡왕에는 치명적인 오타가 몇 군데에 보인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1권에서는 특수문자 &이 들어간 오타가 하나 발견되었다. ‘&산전수전’이라고 쓰여 있는데 왜 이런 오타가 났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2권에서는 ‘시뮤’라고 써야할 부분을 ‘오엔’이라고 쓴 부분도 있다. 원래 ‘시뮤’의 역할을 하는 것이 ‘오엔’이기에 작가님께서 헷갈렸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다소 아쉽다. 게다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2권 중반부에 오엔이 손수건을 통해 환검의 대가인 레너드와 싸우게 되는 장면이 있다. 이 때 오엔이 레너드의 환검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진지하다. 그 거만한 오엔이 코웃음을 치면서 친히 설명을 해주는 장면인데, 나는 이 문장 하나 때문에 그 장면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얇은 검날과 낮은 중량…… 환검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봐도 무관해.”


 무관하다와 무방하다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작가님께서 실수를 하셨다고 해도 중간에 편집을 할 여유가 있었을 때 이걸 고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어휘 실수 중 하나가 아닌가 싶지만 프로 작가이시니만큼 퇴고나 어휘 선택에 있어서는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흔한 설정이지만 주인공이 악당인 소설, 적룡왕>


 전생에 능력이 뛰어났던 사람이 다시 태어나게 되었을 때 노예가 되어있었다, 라는 설정은 그렇게 보기 드문 것이 아니다. 흔한 설정이라고는 하지만, 전형적인 신데렐라식의 로맨스 소설이 여성들에게 있어 꾸준히 읽혀지는 맛이 있듯, 흔한 설정도 잘만 활용하면 좋은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적룡왕 같은 경우는 기존 판타지소설이나 무협소설처럼 정도, 즉 바른 길을 추구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인 오엔은 전쟁터에 나가면 흥분된다고 말하며 학살 자체를 즐기며, 영혼을 흡수해서 자신의 힘으로 사용하는 악당과도 같은 면모를 보인다. 흉성을 억눌러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도 얼핏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오엔은 학살을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점에 있어서 독자의 호불호가 쉽게 양분될 염려가 있다.


 나 같은 경우도 항상 ‘주인공이 옳다’는 식의 소설을 봐왔던지라 이런 악당 주인공과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정도를 추구하는 바람에 편법을 용납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보며 느낀 답답증을, 이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다. 게다가 주인공의 거만하고 자존심 높은 성격 때문에 보수적인 귀족들과 마찰을 빚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마찰을 미적지근하게 푸는 것이 아니라 ‘화끈하고 속 후련하게’ 푼다는 것에 호감을 가질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공국 최고의 기사인 메르닌 후작과의 대련, 왕국의 휴이 백작과의 일, 그리고 오엔을 ‘이용해버린’ 비올리 가(家)의 처참한 최후 등이 그러하다.


 <빠른 전개 속도를 통해 지루함을 제거시킨 소설, 적룡왕>


 보통 성장물 같은 경우는 1권이나 2권 초반까지를 넘기기가 힘들다. 훈련과 자아 탐색의 연속은 독자로 하여금 힘이 빠지게 만든다. 나 같이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지루한 성장물을 보고 1권만에 GG를 선언하지만 적룡왕 같은 경우는 성장물이라기보다는 대륙진출기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급박한 전개는 비약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벌이는 일들 모두가 흥미롭고 톡톡 쏘기 때문에 호기심 때문에라도 계속 보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나도 책을 잡고 근 3시간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이 책만 읽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빠른 전개 속도가 빚은 폐해가 하나 있다. 작가님께서 주인공의 성격을 아직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신 것 같은 부분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오엔의 기본적인 설정은 ‘자존심이 강하나 그럴 만한 능력은 있는, 악당형 인물’인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직 그 틀이 흐릿한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시크’하려는 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꼬마 여자애가 화장을 하고, 블라우스를 걸친 후 어머니의 힐을 신고 걷는 것과 같은 이 어색함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전에도 여러 권의 책을 내신 작가님이시기에 그 노련함으로 3권에서는 그 어색함을 해결하실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까도 까도 속을 알 수 없는 양파, 적룡왕>


 책을 보면 오엔은 과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웅들 못지않은 무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자신의 전생이 그들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었고, 어떤 낡은 문서에서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렇지만 그 정체는 오직 오엔에게만 밝혀진 것이고 독자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정말 궁금해서 책을 계속 손에 쥐고 있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누구냐, 넌?’


 게다가 악마의 재능, 권능, 갈망 같은 설정도 흥미롭다. 광왕일 때의 오엔의 시대에서는 그 악마의 재능이 ‘이능’으로 취급되어 저주로 여겨질 만한 것이었지만 다시 태어난 시대에서는 오히려 능력 중 하나로 인정되어 그 능력자들끼리의 랭킹까지 매기고 있다. 이 인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무언가 언급이 나오지 않을까? 예를 들어서 악마의 재능을 가진 자가 영웅이 되어 한 나라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그리고 오엔이 시뮤인 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도둑길드의 수뇌 같은 초인들과 십존이 3권부터는 속속 등장할 것 같다. 도둑길드가 오엔에게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그리고 황제가 붕어한 제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순한 움직임도, 공국을 빼앗기 위해 오엔이 꾸밀 계획 같은 것들도 3권부터 그 명확한 틀을 보여줄 것 같다.


 대륙진출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격동’이다. 1, 2권까지도 숨이 찬 전개를 펼쳐왔지만, 3권 이후의 책들과 비교하면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른 영웅들과 차별화되는 오엔이 대륙을 손에 넣게 되는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