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무협은 내 전문이 아니다. 내 전문은 어디까지나 6년 넘게 읽어온 판타지고 무협은 이제 막 손대기 시작한 초짜에 불과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네이버에서 ‘무협 소설 추천’이라고 치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소설정도는 다 읽은 현재 무협에 대해 다소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거의 언제나 몇 가지 스토리 라인을 타는 이야기들(물론 판타지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은 이제 슬슬 무협에서 손을 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파피루스에서 12월 신간으로 낸 무협 3작품(천검독보행은 아직 출판이 되지 않았기에 제외)으로 인해 내안에서 무협이라는 것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켰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천년무제다.

 

‘적룡왕’감상에서도 말했지만(http://www.ipapyrus.co.kr/?mid=userApp&document_srl=15189&listStyle=&cpage=) 나는 마법도 무공도 옛날 것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인간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마법과 무공만이 퇴보를 하겠는가? 이 천년무제에서는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 글의 내용으로 보아 주인공 송인은 2000년 전 당시 천하제일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강자로 보인다. 그러나 2000년 후 깨어난 주인공은 무학에 있어서 뒤처진 모습을 보여 일반적인 고수에게는 강하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에게는 검기 등의 기공사용 불가능의 약점으로 상당한 불안이 있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처음 책에 적힌 설명을 보았을 때 ‘또 고수하나가 내공 짱 먹어서 난동부리는 이야기겠네’라고 생각했었으나 현재 주인공이 그 방대한 내공을 이용하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준다(본인은 주인공이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좋아한다).

 

또한 높이 평가할 것에서 바로 작가의 표현력이 있다. 다소 끔찍하여 사람들이 약간 불쾌할 수 있는 장면들에서 작가의 표현력으로 덮어 오히려 웃음을 주는 점이 상당히 좋았다. 그 점에서 억지가 보이지 않는, 자연스럽게 독자를 웃기는 것이라서 그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독자로 하여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게 하는 것, 특히 독자가 쉽사리 눈을 찌푸릴 수 있는 장면에서 그런 웃음을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한번이라도 글을 써보려 한사람이면 알 것이다.

 

또 하나 글 속에서 인물들은 송인이 잔인하다며 경원시 한다. 송인과 자신들의 사고방식의 괴리감에 그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그건 당연한 것이다. 송인이 살았던 시대는 춘추전국시대이고 그로부터 2000년 후라면 대략 명나라 시대 정도이다. 물론 원나라에서 명나라로 바뀌는 과정에서 혼란이 있었겠지만 작품 속에선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전쟁이 끝난지 오래인 평화로운 시대이다. 당연히 그들은 송인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소말리아의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듯이 그들은 송인을 이해할 수 없다. 송인이 가지고 있는 방침은 그 당시 복마전과 다를 바 없었던 춘추전국시대에 있어 당연한 방침이고 오히려 어린아이를 보호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송인의 자비마저 보인다. 작가가 이런 점을 잊지 않고 잘 표현해 준 것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내가 앞서 말한 그들이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서로가 살았던 그 시대가 다름을 좀 더 잘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송인의 웃음이다. 송인은 역사서들을 읽으면서 웃는다. 아주 즐거운 소설을 읽는 양 크게 웃는다. 그것은 역사에서 전혀 배우지 않고 똑같이 잘못을 반복하는 위정자에 대한 조소이며, 그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고소이다. 역사를 보면 어느 왕조나 흥망성쇠의 키워드는 모두 같다. 모두 같은 모양으로 번영을 누리고 모두 같은 모양으로 쇠락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배우지 않고 언제나 같은 행동을 한다. 송인의 웃음은 그런 사람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담은 것은 아닐까? 나는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정리해 보자. 이 책의 기본은 송인이라는 남자가 2000년 동안 잠을 자면서 내공을 쌓아 강대한 내공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으로 보였으나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앞서 내가 말한 그런 철학들이 이 글 속에는 담겨져 있다. 그렇다고 절대 딱딱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술술 읽히는 읽기편한 가벼운 내용의 책이다. 다만 그런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생각된다. 읽기 편한 가벼운 책이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 사람들 중 상당수는 무협에서 중후한 맛을 찾는다. 그렇기에 이 책을 좋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이 있을지 모른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스토리에서 큰 흥미를 끌게 하지는 못했다. 주인공이 무언가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을 중심으로 무언가 강렬한 음모가 눈에 뜨이게 꼬이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형태로 다음 권에 스토리 진행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끝났다는 점이 아쉽다. 그런 점에서 점수는 6.5점. 다음권에서는 더 나아진 스토리를 기대하겠다.